북유럽 사회민주주의를 자본주의의 대안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경제

간단한 잡상임. 확실히 공부하고 쓰는 글이 아니므로 틀린 부분이 많을 수 있음. 지적은 언제나 환영.



소위 북유럽 복지국가라고 지칭되는 4개국(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의 정치-경제 체제를 두고 "자본주의의 대안" 이라고 칭송하는 경우를 가끔씩 볼 수 있다. 북유럽 국가들에 대한 선호 내지는 동경은 한국에서만 접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닌 것 같다. 북유럽을 다룬 외국의 서적들을 살펴보면 책의 관점 자체는 국내의 저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국가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진영에서 이 국가들을 찬양하는 경우는 쉽게 찾을 수 있으나 반대로 보수 진영에서 비판하거나 폄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생각되는데, 첫째로 북유럽의 정치-경제철학과는 별개로, 이들 국가들의 경제적 성취는 절대로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유럽 4개국은 수치로 표시되는 소득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비슷한, 심지어는 그보다 더 낮은 소득을 가진 국가들 중에서도 비교적 건실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거시적인 지표 외에도 경제상황을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항목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사회민주주의를 마뜩찮게 여겨도 이를 비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둘째로는 사실 간단한 문제인데, 한국에서 그만큼의 지적 성실성을 갖춘 보수 인사가 많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필자는 생각한다.

본인 역시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적, 경제적 성취를 매우 높이 평가한다. 이를 한국이 따라갈 수 있을지, 따라가야 할지 여부와는 별개로, 그리고 북유럽 국가의 여러 특징들 중 자신들의 입맛에만 맞는 내용들만 강조하고 그 반대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법인세라든지) 경우는 대단히 아니꼽지만 말이다.



그런데 필자가 의문을 느끼는 것은, 북유럽을 칭찬하는 여러 수사적 표현 중의 하나이다 - "자본주의의 대안" 이라는 표현 말이다.

필자는 이러한 표현에 많은 의문을 느낀다. 뭘 보고 북유럽 사회민주주의를 자본주의의 대안이라고 부르는 걸까? 이를 반박하기 위해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하나는 북유럽의 자본주의(시장경제) 친화적인 요소들이고, 둘째는 북유럽이 "극복" 했다고 여겨지는 문제들은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 따위가 아니라 그저 정치적 결과 내지는 자본주의에서 부정하지 않는 노력들에 불과하다는 점을 논할 것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이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것 같긴 한데, 전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이지만 동시에 전세계에서 가장 시장경제가 잘 갖춰져 있는 국가들이기도 하다. 사유재산권이나 계약 의무의 이행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금융, 노동, 재산권, 무역 등)에서 여러 통계를 근거로 산출한 "경제적 자유" 를 측정하는 자료에서 언제나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씽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발표하는 Index of Economic Freedom에서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은 각각 11위, 19위, 23위에 올랐다. 전세계 178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세계은행의 Doing Business에서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은 각각 4위, 9위, 11위에 올랐다. 전세계 189개 국가들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물론 이런 종류의 조사들이 으레 그렇듯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 인덱스를 포함시키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가중치를 두는지에 따라 조사마다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북유럽 국가들이 최상위권을 놓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북유럽 국가들이 대단히 시장친화적인 경제구조를 갖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다시 말해 흔히 생각하는 편견과는 달리 북유럽 국가들은 많은 부분에서 자본주의적이다.




어떤 이들은 북유럽의 평등함을 강조하며 자본주의의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또한 잘못된 주장이다. 왜냐하면 불평등 자체를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꼽는다면, 북유럽 국가들 역시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국가들 역시 내부적인 불평등은 존재하며, 이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할 뿐이다. 그리고 불평등의 기준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소득불평등과는 달리 재산불평등은 세계적으로도 심한 편이라는 주장이 있다(이건 썰은 많이 주워들었는데 본인이 직접 통계나 연구결과를 디벼본 게 아니라서 확신이 없음).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상대적인 불평등인가? 문제는, 사실 이건 진보적인 신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주장이기도 한데, 불평등은 대부분이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소득을 가진 대부분의 국민에게서 소득의 수준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매우 높은 세금 부담을 지워버리면, 심지어는 그게 누진세의 기능을 거의 잃고 사실상 비례세에 가깝게 설계되었다고 해도 불평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건, 무슨 자본주의의 문제를 극복한 게 아니다. 그저 정치적 결과 내지는 합의일 뿐인 것이다. 자본주의가 정부의 존재 내지는 소득 재분배를 부정하나?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민주주의자들-공산주의자들이 아님-이 "상대적인" 불평등에 있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과는 달리 "불평등 그 자체" 와의 싸움에서는 승리하지 못한 것과 같이 양식있는 시장경제 지지자라면 정부의 존재 자체는 말할 것도 없고(세금이 없으면 정부도 없다. 정부가 없으면 시장도 없다) 소득재분배 역시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한국이 소득불평등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하는 건 북유럽은 자본주의를 극복했으나 한국은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이르는 정치적 합의 내지는 성숙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소득재분배와 자본주의는 큰 관련이 없다.

오히려 북유럽 국가들은 소득을 재분배 하는 데 있어서도 자본친화적인 면모를 보인다. 세제를 확인하면 알 수 있는데, 북유럽 국가들의 법인세는 매우 낮은 편이고, 부가가치세는 세계에서 제일 높으며,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을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후자에 무거운 세금을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라고 해서 자본주의를 극복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측면에서도 북유럽 국가들은 시장주의자들(혹은 주류경제학자들)의 주장에 충실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정부의 재분배 전의 불평등, 즉 세전 불평등의 경우 북유럽 국가들 역시 전혀 나을 게 없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는 경제구조 따위와는 무관하게 북유럽의 평등이 전적으로 정치적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을 더욱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또다른 자본주의의 한계 내지는 문제로 계층의 고착, 가난의 대물림이 거론된다. 이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매우 거대한 부를 소유한 갑부들과 그 이하 대부분의 국민들과의 격차와, 고소득층-중산층-저소득층으로 잘 알려진 일반 소득계층 간의 격차이다. 그런데 전자에 있어서는 오히려 북유럽 국가들이 나을 게 없다. 왜냐하면 오늘날 새로운 슈퍼 부자가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기업가(자본가)로서 성공하는 것인데, 역설적이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한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이야말로 신흥 대기업들의 등장이 가장 활발한 국가라는 데 있다. 이는 거대기업들의 면면이 계속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기업을 창업한 기업가들이 새로이 슈퍼 부자로 등극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요 국가의 대기업 순위에서 비교적 최근(7-80년)에 설립한 비중을 보면, 북유럽 국가와 미국을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별세계나 다름없는 0.01%의 고착은 북유럽이 더 심하다고 볼 수 있다.

또다른 계급의 고착은, 사실 대부분의 논자들이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쪽일 텐데, 일반적인 소득계층 간의 고착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난의 대물림의 핵심 원인으로 많은 학자들이 교육 문제를 지목하고 있으며, 교육은-그중에서도 보편적인 공교육은-정부의 개입이 가장 확실하게 정당화되는 분야라는 데 있다. 간단히 말해 북유럽 국가들이 뛰어난 교육으로 소득의 고착을 막았다 한들, 이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해야할 일" 을 "다른 나라에 비해 잘" 한 것뿐이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전혀.




정리하자면, 그렇다. 필자가 보기에 아직까지는 지구상에서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한 나라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대안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미래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 세기 안에는 무리가 아닐까?





덧글

  • MoGo 2015/01/31 15:18 # 답글

    소위 노르딕 모델이라고 불리는 북유럽 4개국의 경우 노르웨이 빼고 실업율 개선이 안 되어서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패닉에 이르지 않을까요. 무차별적으로 걷어서 차별적으로 쓰는 가장 스탠다드한 케이스같은데, 요즘 계속 나오는 얘기가 복지재정이 계속 늘어나는데 더 이상 매꿀만한 재원이 없다는 앓는 소리.. 일단 경제규모도 다른데 북유럽 모델 무조건 찬양하는 건 제가 봐도 어이상실.
  • 설봉 2015/01/31 15:27 #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는 게 필수적이죠.

    고용률이 빠지면 일단 세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고용-실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노령, 의료, 가족 등등...)이 워낙 많을 뿐더러,

    거기에 실업 예산까지 폭증할 테니. 높은 고용률이 유지가 필수적이지요.

    인구구조에 의한 문제는 확신은 없는데 일단 대체출산율은 안 됩니다만 북유럽 4개국이 전부 OECD 평균 이상입니다. 스웨덴은 거의 근접했던 걸로 기억하고, 다른 3개국도 1.7이상이라 일단 인구구조 자체는 영미권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에요. 이민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요즘 스웨덴, 덴마크에서 극우정당이 급부상하는 걸 보면 음...;;

    다만 제가 생각할 때 어떤 불가피한 문제가 닥쳐도 "노르딕 모델" 은 붕괴할지 몰라도 "노르딕 국가" 가 붕괴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90년대 북유럽에서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대규모 금융 부실 등이 발생했는데 이때 노르딕 국가들은 발 빠르게 민영화+복지 축소로 재정적자를 줄이고 은행을 국유화해서 빠르게 문제를 해결했거든요. 민주주의가 잘 발달한 만큼 (단기적인 형태이든 장기적인 형태이든)위기에 잘 대응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MoGo 2015/01/31 15:53 #

    물론 국가 자체가 망하진 않겠죠. 재원 없다고 앓는 소리가 나와도 이탈리아나 스페인보다도 실업률 자체는 낮으니. 하지만 노르웨이 빼고 나머지 3국은 계속 고세율 복지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구심 들어요.
  • 설봉 2015/01/31 16:37 #

    잘 모르겠습니다. 65년 이후(OECD stats에서 자료가 존재하는 연도)로 정부의 규모는 꾸준히 확장되고 있거든요. 일단 최근 기준으로 국민부담률의 상한선이 50%이긴 한데 70%, 80%가 되도 국가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습니다.
  • 앨런비 2015/01/31 18:18 #

    인구구조에서 그동네는 미혼모가 문제없게 법적이든 사회적이든 용인. 서유럽의 출생률 반등에 중요한 점이 그쪽. 이슬람도 있지만.
  • 피그말리온 2015/01/31 15:41 # 답글

    보수 진영에서 비판 못하죠. 북유럽에 대해 뭐 안 좋은 소리 했다간 복지 안하겠다며 공격받기 딱 좋으니...북유럽 관련된 얘기들은 경제적으로 뭐가 어쨌든 정치만 남았다고 봅니다. 무상급식과 비슷한 위치의 소재라고 할까요. 자본주의의 대안이니 뭐니 이런 것도 다 정치적인 수사로 나온걸테고요.
  • 설봉 2015/01/31 16:32 #

    전 꼭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북유럽 비슷하게 복지를 하는 유럽 국가들로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이 있는데, 이런 국가들의 경제적 문제를 비판하라고 하면 전 얼마든지 줄줄이 늘어놓을 자신이 있습니다만 북유럽은 쉽지가 않거든요.

    자본주의의 대안 운운하는 게 정치적인 수사라는 데는 물론 동의합니다.
  • 멋부리는 눈토끼 2015/01/31 16:09 # 답글

    자산불평등 문제는 스톡홀름대의 domeij & floden이었나가 분석한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꽤 높은 수치였던 걸로 기억. 뭐 이외에도 노르웨이에서 배당세 인상예고했을 당시 미리 배당받으려는 현상이 폭주했던 점도 있고요.

    스웨덴 관련해서는 <스웨덴 패러독스>라는 책이 복지와 성장의 공존을 잘 풀어냈습니다.
  • 설봉 2015/01/31 16:31 #

    여담인데 북유럽 전반을 다룬 책은 제외하고 노르딕 국가를 개별적으로 다룬 책은 스웨덴이 거의 유일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스웨덴보다 덴마크에 더 관심이 많은데 좀 불만입니다. 아마 스웨덴이 역사적인 영향력도 그렇고 복지국가의 대표격으로 인식되니 그런 것 같기는 합니다만, 스웨덴과 덴마크의 복지국가는 형태가 많이 다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마 외서를 뒤져보면 적잖게 있을 것 같긴 한데 영어가 안 되니...;;
  • 암그래 2015/01/31 16:43 # 삭제 답글

    필자가.....ㅋㅋㅋㅋㅋ. 놀고....계셔...뭔...
    스노핀덴에 가 보기나 했져? 풋.....


    저기 있잖여....다른 곳은 잘 모르겄고...저기....네덜에는 '여왕'이 있어...그리고, '그년 생일'은 빨간 날이고..풋....글고, 히딩을 비롯한 네덜애들은 졸라 좋데.....'여왕년' 한 번이라도 보면 오줌 싼다고 하더라고.....

    부칸.....은 그러니까 욕하지만.....네덜이나 영국 년을 '왕'으로 앉히고, 그 년들 생일이니, 그 년들의 손주가 결혼을 뻑적지근하게 하는 거 반도 뉴스에 '부럼'으로 방송하는 거....넘 웃기지 않어.

    그거..보면 부칸은 참.....결혼도 식도 없이 하고......ㅋㅋㅋㅋ
  • 래달 2015/01/31 19:15 # 삭제

    저기 자본주의가 뭔지는 아남? 왕정이 무슨 상관인데...
  • 별일 없는 2015/01/31 17:06 # 답글

    솔까말 북유럽이랑 대한민국이랑 차원이 틀리잖음. 인구가 비슷하길 하나 아님 기술력이라도 많나 아님 자원이나 무한 자원(펄프)라도 있나
  • 아는척하는 황제펭귄 2015/01/31 21:29 # 답글

    부자가 신분을 보장받는 귀족으로 변한 나라가 스웨덴.
    부자들을 귀족으로 인정하는 대신 지원을 받는 것이 스웨덴의 서민
  • 명림어수 2015/01/31 23:28 # 삭제 답글


    다 냉전으로 좋았던 시절의 유물입니다.
    이제 냉전도 끝나고, 러시아도 상황을 대충 수습해서 기지개를 폅니다.
    고트란드섬을 노리네요.

    http://www.businessinsider.com/david-cenciotti-russia-simulated-a-massive-aerial-attack-2013-4

    발틱해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되지마라는 법도 없죠.

    http://www.theatlantic.com/international/archive/2014/03/after-crimea-sweden-flirts-with-joining-nato/284362/

    그러면, 군사비 증가에다, 중립폐기, 집단체제 편입도 고려해야 합니다.
    혼자 고고한 척 할수 있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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