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변수로 거시적 경제를 함부로 논하지 말라는 조언 경제

예를 들어보자. 산업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댓글에 링크 참조), 가계소득의 증가가 기업소득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즉, 기업의 수익은 늘어나는데 가계의 소득은 늘고있지 않다. 여기까지는 관찰을 통해 발견한 통계적 사실이다. 가치판단이 아니라 사실판단의 영역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언론 등을 통해 이 보고서를 접한 사람들, 필자는 개인적으로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나 근거가 없으니 조심스럽게 덧붙이자면, 반응을 보이는(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내리는 결론은 실로 명료하다: "기업 개새끼들!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이 로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 규제를 왕창 강화하고 법인세를 올리자!"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자본주의는 실패했다!" 정치적인 성향이 더해지면 "부자 기업만 특혜주는 새누리당 OUT! 새누리당 몰표찍는 수꼴 노인네들 OUT!"

문제는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해석과 가치판단이다. 과연 "가계소득의 증가가 기업소득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라는 명제 하나만으로 이 모든 비난과 저주를 뒷받침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이라는 증가 추세 차이, 라는 현상 자체가 거시적인 경제를 논하기에 너무 부족한 근거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조금 더 세분화해서 따져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정말 척수반사로 행동하기 전에 한 번만 더 곰곰이 생각해 보자.

가계와 기업은 동일한 주체가 아니다. 착한 가계 vs 나쁜 기업의 프레임은 로동자와 자본가의 이분법, 19세기 사회주의 태동 시기의 인식 수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참으로 안쓰러운 생각이다(불행히도 한국에선 이런 도식이 아직도 횡행하는 듯하다). 기업의 실적을 자세히 따져보자. 수출을 위주로 하는 기업과 내수 기업의 실적은 어떻게 다른가? 업종(전자, 화학, 자동차, 더 넓게 보자면 서비스업과 제조업)에 따른 차이는? 기업 규모에 편차가 있지는 않을까? 가계도 마찬가지다. 소득분위별로 소득 증가세를 살펴보면? 연령대에 따라서는? 성별? 아니면 직종?

보다 정밀한 관찰결과를 내놓은 다음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부진한데 대기업은 나날이 매출액을 경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위 10%의 소득은 빠르게 증가하지만 하위 80%는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또다시 비난과 저주와 고리타분한 도덕적 성토가 이어진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는 하나도 필요치 않다. 정치적인 본능에 따른 결론이 자동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기업가(자본가) or 새누리당 or 수꼴 or 보수들 etc... 탓이다!"

모든 경제적 문제가 보수층의 잘못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우리는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 반례는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한국의 예시를 들어 복잡하게 논증할 것도 없이 우리 바로 위에 존재하고 있는 동네를 한 번 보자. 세계의 그 어떤 나라보다 자본가와 보수괴뢰들을 완벽하게 족치고 있는 북한은 남조선보다 로동자들이 잘 살고 있는가?

어쩌면 정말로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대로) 비정규직의 범람이 이 모든 경제 문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려면 단순한 통계로 끝날 게 아니라 그 통계를 기반으로 보다 설득력 있는 논증을 해야 된다. 일반 대중들의 생각은 물론이고 소위 경제학 "교양서" 나 한국 경제를 쾌도난마(笑)한다는 경제/시사 평론 서적에서 그런 지적 성실함은 찾아볼 길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독하시면 좋은 글 : 한국 경제시사에 대한 몇 가지 단상(시울음)

덧글

  • 설봉 2014/03/31 11:16 # 답글

    산업연구원 보고서 링크 :

    https://www.kdevelopedia.org/mnt/idas/asset/2013/04/15/DOC/PDF/04201304150125800071962.pdf
  • yh 2014/03/31 12:44 # 삭제 답글

    글 잘 봤습니다. 혹시 퍼가도 될까요?
  • 설봉 2014/03/31 13:03 #

    어디로 퍼가시는지 남겨주시면 얼마든지 퍼가셔도 됩니다.
  • 이명준 2014/03/31 15:21 # 답글

    근데 가게소득이 기업소득을 못 따라간다고 자본가의 탐욕이다 그게 사기인게 그만한 자본을 투입해서 이익을 창출하는건데 마치 기업가의 자본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공동소유인것처럼 주장되거든요. 이런 주장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재산권 침해입니다.

    이런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헌법에 있는 경제민주화 조항도 따지고 보면 너무 애매모한.... 내용이고

    사실 기업의 소득이 소유주인 재벌에 배속으로만 전부 들어간다는 명제 자체도 문제입니다(자본의 재투자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요 결국 니들 돈 많이 벌인다고 뺏고 자본의 재투자 가 이루어 지지 않으므로서 발생하는 문제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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